Music Episode: 스카를라티와 헨델 피아노 배틀

안녕하세요 .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를 바라는 최은향 입니다

오늘은 재미난 음악에피소드, 스카를라티와 헨델의 피아노 배틀에 대해 소개 합니다


1709년 로마에서 생긴 일 헨델과 스카를라티. 

이 두 사람이 어떤 이유로 경연을 열게 되었는지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은 남아있 지 않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쳄발로와 오르간 연주에 능숙했고, 당시 로마의 음악계에서 추기경 오트보니 의 영향력이 지대했다는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의 지원을 받고 있던 헨델이나 활동 영역을 전 이태리 지역으로 확장하던 스카를라티 두 사람의 경연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고 이것이 당시 세인들의 구미 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장소는 로마의 오트보니 추기경의 자택, 
이곳의 대형 객실에서 수요음악회가 열렸다. 추기경을 비롯하여 그의 명망있는 지인들과 애호가,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해진 시각이 되자 객실 가운데 놓인 쳄 발로를 둘러싸고 앉은 초대 손님들 사이에서 하편에 앉아 있던 스카를라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쳄발 로로 다가갔다. 박수와 함께 연주를 시작한 스카를라티. 상체가 좌우로 흔들거리듯 움직이면서 화려하고 기교적인 악구들이 실타래 풀리듯이 진행되어가고, 그의 평온한 얼굴에서 보듯 행복함이 충만한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가 끝나자 호의어린 박수가 이어졌다.

 이윽고 헨델의 순서가 되었다. 쳄발로 앞에 앉은 그는 일단 머리를 가만히 숙이고 잠시 명상을 청하다가, 손을 가만히 위로 치켜들고 일순간 힘을 모아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대하고 당당한 체격의 그가 상체도 움직이지 않고 곳곳한 자세로 표정도 없이 연주하는 모습은 손님들로 하여금 가벼운 탄식을 자아 냈다. 손에 익은 숙달된 기교보다 예술적인 영감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헨델이 연 주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자 추기경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 과는 무승부였다. 

장소를 옮겨 판가름 난 승부 심사위원단의 제안에 의해 악기를 바꾸어서 다시 한번 시합을 갖기로 두 연주자가 합의했다. 장소는 저택 에서 가까운 곳에 대형 오르간이 있는 성 로렌초 성당으로 옮겨졌다. 첫 연주자는 앞서와 순서를 바꾸어 헨델이 먼저 연주하기로 결정되었다. 일동이 착석하기가 무섭게 성큼 성큼 오르간 앞에 가 앉은 헨델은 잠시도 쉼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조금 전에 저택에서 연주할 때 사 용한 주제를 다시 제시하고, 변화를 거치며 오르간의 풍성한 울림으로 장대한 고조에 이른 후 그것이 패 턴이 바뀌더니 변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복잡한 코드들을 사용하며 한창 기교가 이어지다가 차츰 정점에 다가서서 이윽고 장엄한 푸가가 울려 퍼지며 대단원을 이루었다. 일순간 짜릿한 전율이 공기 를 타고 청중들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청중들은 연주가 끝난 줄도 모르고 한순간 숨조차 멎었다가 이윽 고 적막을 깨는 우례와 같은 박수를 쳐댔다. 

일동의 시선은 이제 스카를라티로 모아졌다. 그는 한동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 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헨델이 무대에서 내려오기만 기다리던 그는 헨델이 다가서자 위를 천천히 올려 보았다. 그리고 오트보니 추기경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주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승부는 이로써 결정되었다. 환호가 성당 안을 가득 매우고, 소소한 존재에 불과했던 헨델이 이 경연에서 거장 스카를라티를 누르고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다. 

이 기회로 헨델은 그의 이름을 이태리 전역 에 널리 떨치고 스카를라티 또한 인기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 더욱이 이 두 사람의 관계도 진전되어 이전 에는 볼 수 없던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비록 승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헨델과 스카를라티는 이 경연으로 그들의 음악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훌륭한 음악가들이 당대에 만나 서로 좋은 선의의 경쟁적 관계를 가진 예는 많습니다. 재미있게 piano Battle 이라고 적었지만, 존경하고, 자극도 되면서, 서로를 성장 시키는 것이겠죠.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의미 있는 관계가 더 큰 자극을 줄지도 모른다는 제 생각에 일조 하네요. ㅎㅎ